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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이 천상 광대인 이유

knuasm님 | 2018.08.17 15:47 | 조회 116

"스파이의 본질은 국익을 위해 연기자가 되는 것이고, 협상가가 되는 것이다" 

윤종빈 감독이 생각한 '스파이'의 활동적 속성에는 배우의 면모가 있다. 스파이는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때와 상황, 목적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여러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그 의도와 속내가 들켜서도 안 된다. 
그냥 그 사람이 되는 것 혹은 그 캐릭터처럼 보이는 것. 이것이 '스파이다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배우 황정민이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 픽처스)에서 보여준 연기는 
최적이었다. 2시간 17분의 상영 시간 동안 스파이 흑금성의 카멜레온 같은 면모를 능수능란하게 표현했으며, 
인간 박석영의 고뇌도 깊이 있게 표현했다.

박석영과 흑금성을 오가면서 보여준 입체적인 연기는 오로지 황정민이기에 가능한 어떤 경지였다. 전반부 박석영의 얼굴과 중반부의 흑금성 그리고 후반부 각성 이후의 박석영의 얼굴은 깊이가 다른 콘트라스트를 느낄 수 있다. 
리명운 역을 맡아 역시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이성민이 황정민을 두고 '천상 광대'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영화를 보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황정민의 연기는 이제 질린다고 말한 이들에게 '공작'은 이 배우의 깊은 내공과 폭넓은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안기부의 북풍 공작 사건으로 유명한 '흑금성 사건'(1997년 12월 15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가 주도했던 북풍 공작)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황정민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저는 광대라 재밌는 이야기를 들으면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들어요. 1990년대는 분명 저도 지나온 시대인데 이 이야기를 듣고 '설마?', '헐, 대박', '난 왜 이걸 몰랐지?'라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들도 똑같은 반응이지 않을까? 그게 시작이었어요. 
게다가 처음 해보는 첩보물이니 재밌겠다라는 생각이었는데,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엄청 어려움을 겪었답니다."라고 웃어보였다. 

이 영화에서 황정민은 실존인물 박채서(암호명 흑금성)을 모델로 한 북파공작원 박석영을 연기했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만들어진 탓에 제작 사실을 쉬쉬하며 들어갔던 영화였다.

"우리끼리 농담 삼아 '이러다 우리 남산에 끌려가는 거 아냐?', '어디 잡혀가서 철봉에 매달릴지도 몰라'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그러나 저는 '공작'을 정치적 이야기가 아니라 신념이 다른 두 남자의 우정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선을 좁게 잡고 영화를 시작한 거에요. 좀 더 넓게 보자면 남북의 화합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그건 관객의 몫이라고 봐요. 정치적인 스탠스는 필요없고, 
두 남자의 우정에 관한 영화라는 생각을 하고 영화에 임했습니다."

황정민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박채서 씨를 직접 만났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더라도 캐릭터에 갇히는게 싫어 거리를 뒀던 이전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황정민은 "대본을 보고 너무 궁금했다. 어떤 분일까. 어떤 신념을 가졌기에 이 일을 택했고, 국가의 부름에 따라 충성을 했을까. 아마 보통사람이었다면 김정일을 대면하게 되면 심장이 터져버렸을 텐데...직접 만나 그 느낌이나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첫인상이 너무 강렬했어요.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해보면 대체로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데 그분의 눈에서는 무얼 하나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달까요. 
오랜 요원 생활을 체득된 아우라 같은 것으로 생각했어요."

영화가 처음 공개된 지난 5월 칸영화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열린 언론 시사회 그리고 개봉 후 일반 관객과 함께 본 세 차례의 '공작'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특히 개봉 후 3번째로 본 '공작'에서 황정민의 연기가 달리 보였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내레이터이자 극을 이끄는 배우라는 두 가지 역할이 그에게 너무 큰 부담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은 사라졌다. 
굳은 신념으로 국가를 위해 일했으나 그 가치관이 흔들릴법한 상황에서 겪게 되는 박석영의 딜레마가 알알이 읽히는 느낌을 받았다. 대북 사업가 박석영과 북파 공작원 흑금성의 대비는 온도와 명암을 달리한 연기에서부터 두드러졌다.

"이 영화에는 ‘본 시리즈’나 할리우드 스파이물에서 볼 수 있는 총격전이나 화끈한 액션 장면이 전혀 없어요. 
우리끼리는 ‘구강액션’이라고 했어요. 윤종빈 감독님은 모든 대사 장면을 관객들에게 액션의 느낌이 들도록 
다이내믹하게 하라고 했는데 해보니 쉽지가 않더라고요. 긴장감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기하면서 점점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별수 없이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연기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내가 이것밖에 안된다. 도와달라'고.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이)성민이 형도, (조)진웅이도, (주)지훈이도 다 똑같은 고민을 토로하는 거에요.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액션 합을 맞추듯 대사에 긴장감을 
불어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총성 없는 첩보물을 표방한 '공작'이 시종일관 관객의 목덜미를 끌고 가는 느낌은 선사하는 것은 배우들이 펼친 
팽팽한 심리전이었다. 고려관에서 처음으로 대면한 박석영(황정민)과 대외경제위 리명운 차장(이성민)의 테이블 
독대신과 호텔에서 박석영(황정민), 리명운(이성민), 정무택(주지훈), 김명수(김홍파)가 4자 구도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영화 '공작'의 무기를 관객에게 펼치는 핵심적 장면이다. 말과 말의 대화에는 각자의 전략이, 눈빛에는 본인의 의도를 숨긴 채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는 날 선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황정민은 그중 호텔 회담 장면을 언급하며 "서로 평온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테이블 밑에서는 칼이 날아다니는 느낌이랄까. 누군가 손이라도 하나 올리면 그게 어떤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래서 손을 올려야 하나 그대로 있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어요. 
마치 어릴 때 선생님에게 혼날 때,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요."라며 연기할 때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나 긴장감을 가지고 가면서도 뭔가를 표현해야 하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  그럴때마다 윤종빈 감독을 믿고 
따랐다. 황정민은 "윤종빈 감독은 연기적인 부분은 배우에게 맡기는 편이에요. 그러나 편집이나 촬영에 대한 계획은 확실이 서 있었어요. 빅클로즈업이 특히 많았는데 카메라가 너무 가깝게 들어올 때는 '이거 뭐야?' 싶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걸 기가 막히게 잘 썼더라고요. 굉장히 똑똑하고 예민한 사람이에요. 저는 그런 사람을 좋아해요. 그래야 이런 작업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으니까요. 감독을 믿고 힘을 실어주려고 했어요."라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황정민은 '공작'이란 작업을 하고, 박석영을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바닥을 쳤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를 통해 배우 황정민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간 수많은 작품을 했지만 ,열심히 하는 방법 자체가 관성에 쌓여서 했나 보다라는 걸 느꼈달까요. 
연극할 때처럼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공작'이 제게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더불어 "연기자는 작품을 할 때 긴장감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해요. 작품이 잘 안되면 '내가 모자랐구나',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군함도’와 ‘공작’ 촬영을 끝내고 좀 쉬었어요. 스스로 제 연기를 
복기해봐야 할 것 같았거든요"라고 덧붙였다.

그 시간조차 허투루 쓰지 않았다. 황정민은 지난해 12월 연극 '리처드 3세'로 연극 무대에 다시 섰다. 10년 만의 
연극인데다가 3개월간 원캐스트(단일 무대)에 오른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 무대는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것은 물론이고 영화계 선,후배들에게도 큰 귀감이 됐다. 황정민은 
"'리처드 3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공작' 때문"이었다"며 "촬영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어릴 때처럼 대본을 분석하면서 연기의 근본에 다가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밝혔다.
"원캐스트로 공연에 참여하면서 배우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금 느꼈어요. 체력 관리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요. 다행스러웠던 건 관객들이 좋아해주셨다는거죠. 커튼 콜 때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엄청난 감동을 느꼈어요. '역시 어떤 일을 진심으로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구나'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고요. '리처드3세' 공연을 
마치고 나서 속이 하얀 백지가 됐어요. 완전히 리프레시가 된 거죠."

'달콤한 인생'의 살벌한 카리스마의 백사장, '너는 내 운명'의 순박한 시골청년 김석중, '신세계'의 의리파 보스 정청, '국제시장'의 아버지 덕수, '곡성'의 기묘한 에너지의 무속인 '일광', '아수라'의 부패시장 박성배 등 극과 극의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해온 황정민이지만 최근 들어 연기가 식상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같은 일부 반응에 대해 
황정민은 수긍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도 보였다. 

"있을 수 있는데.... 많이는 없을 거로 기대해요.(웃음) 제 영화를 기다리는 분이 1,000명 중 980명은 된다고 
생각해요. 늘 말해왔는데 캐릭터보다는 전체 이야기가 중요해요. 재미있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비슷한 캐릭터라도 기꺼이 하려고요. 차기작은 SF 영화 '귀환'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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