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에 남아 자신을 잃어가는 그들' 배우 예술 제대로 보여줄 <아버지> <어머니>

누구의꿈님 | 2016.07.03 11:41 | 조회 95



"연극은 나이 드신 배우분들이 연기할 때 감동이 배가 된다. 우리 공연에 깊이와 품격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확신한다."(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
 
더욱이 원로배우들이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가장 절실히 안고 있는 개인의 고민이자 사회의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푼다면 더욱 그 무대엔 믿음이 실릴 것이다. 거기에 아주 '독특한 방식의 극작법'이 바탕이 되기에 젊은 관객들의 흥미로운 시선도 더해지지 않을까? 바로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다.
 
지난 2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두 작품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1979년생, 올해 서른 일곱 살의 젊은 작가이지만 제2의 해롤드 핀터, 욘 포세로 불릴 정도로 유럽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플로리앙 젤레르의 작품이다. <어머니>는 2010년에, <아버지>는 2012년에 발표해 파리에서 초연했으며, 올해 미국에서 공연된 무대는 토니상 연극 부문 남우주연상을 배출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두 작품을 같은 무대에서 날을 번갈아 교차로 공연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경계성 치매 또는 편집성 치매로 고통 받는 두 인물이 모성애와 부성애라는 측면에서 나란히 쓰여서 평행구조가 굉장히 강한 작품이다. 그래서 두 작품을 함께 볼 때 훨씬 더 우리에게 강력한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김윤철)

'빈 둥지 증후군'에 휩싸인 <어머니>
"어떤 것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의 즐거움 찾을 수 있었으면"

 



<어머니>의 주인공 안느는 두 자녀와 남편을 돌보는 것에 기쁨을 느끼며 한 평생을 보낸다. 하지만 이제 성년이 된 자식들은 어머니의 넘치는 사랑이 부담스럽고 남편은 속을 알 수가 없다. 상실감과 의심으로 가득차 붕괴 직전까지 온 어머니의 심리. 안느 역을 맡은 윤소정은 대본을 받고 "희곡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작가가 우리의 고정관념을 흩트려 놓았다."라고 말했다.
 
"1장이나 2장이 같은 이야기, 같은 장소이지만 전혀 다른 표현을 하고 있다. 배우로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도전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신경성 위염에 걸려서 소화가 안 될 정도이지만, 그만큼 불가능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남편과 아들의 사랑을 되찾고 싶은 간절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어머니에겐 그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이 작품으로부터 자기애를 보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가 즐길 수 있는 어떤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것을 연극에서 느꼈으면 한다.”
 
1인칭 화법, 시간을 퍼즐처럼 쪼개놓은 <아버지>
자기 자신이 누군지 모르게 된다는 것 때문에 치매는 굉장한 공포감 있어
 



<아버지>는 치매로 자신을 잃어가는 두려움에 갇힌 아버지가 자신의 관점에서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치밀하면서도 재치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주인공 앙드레 역은 2012년 <3월의 눈> 이후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박근형이 맡았다.
 
"우리나라 연극이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상업극까지 가는 교차점에 서서 연극을 했었다. 그 시절이 배우인 나를 있게 만든 모태,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배우 하나를 만들기 위해 5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제 내가 70이 넘었다. 겨우 배우를 시작하는 과정이고 배우로서 새 출발하는 기분이다."
 
박근형은 특히 2014년 개봉 영화 <장수상회>에서도 치매를 앓는 주인공으로 열연한 바 있다.
 
"그 전에 연기했던 치매는 보여지는 것이었다면, 이번 연극에서는 보여지지 않는, 아버지가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상황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웃기겠지만, 연기하는 아버지 입장에서는 너무나 진지하다."(박근형)
 



연극 <어머니>의 연출은 <키 큰 세 여자> <맥베스> <리어왕> 등의 이병훈이, <아버지>의 연출은 <시련> <헤다 가블러>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등을 연출한 박정희가 맡는다.
 
"같은 작가가 썼지만 다른 작품이다. 그럼에도 두 작품을 같이 올린다는 취지가 신선했다. 이 연극이 갖고 있는 특별함은 '연극의 본질인 배우, 텍스트, 공간이 있으면 모든 것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있다. 역시 연극의 꽃은 배우이고 단순함 속에서 관객과 깊은 밀착을 가질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어 무대를 단순화했다."(이병훈)
 
박근형은 "동서양의 구분이 없고 사람이 사는 한 충분히 공감이 될 것"이라며 두 작품을 두고 말했다. 아이들은 떠나게 되어 있고, 전 세대가 그 빈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어쩌면 순리일 것이다. 이 순리 속에 그들은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자리해 있는 것일까. 7월 13일 <아버지>를 시작으로 8월 14일까지 약 한 달 간 <어머니>가 교차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주말에는 두 작품이 시간을 달리해 연이어 오를 예정. 다른 작품이니 만큼 예매는 개별로 해야 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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