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웃픈' 생존전략 <헤비메탈 걸스>

김채령님 | 2016.05.04 12:30 | 조회 181

   

                     
                    



20대는 고달프다.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길은 너무 좁고 멀다. 30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조기 퇴직을 생각해야야 한다. 40대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몸 바쳐 일한 회사지만 이제는 조기 은퇴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개막한 연극 <헤비메탈 걸스>의 4인방 주영, 정민, 은주, 부진의 사정도 좋지는 않다.

사계절 식품회사 식품개발부에서 16년째 근무해 오고 있는 임신 7개월의 주영, 만년 연구원이자 노처녀로 역시 16년째 근무 중인 정민, 남편과 아들을 호주로 유학 보낸 악착 기러기 엄마 은주, 그리고 이름, 실적, 연애 모두 부진한 8년차 부진은 소박하지만 각자의 인생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은 가혹하다. 한 달 후면 새로운 사장이 오기로 예고되었고 자신들의 직속 상사인 차 부장은 일 순위로 회사를 떠났으며 그들은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런 눈물겨운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한 사계절 식품개발부 4인방의 필살기 전략을 함께 배워보자.


1. 업무의 연장, 회식 자리 필수 참석
“노래방에서 몸 바쳐 분위기를 띄워라”

차 부장 라인의 그녀들은 지금 회식 3차에 왔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고급 양복 선물과 사회생활 16년 동안 갈고 닦은 가무까지 준비했다.

회사에서 업무 분장은 중요하다. 업무의 연장인 회식 자리에서도 이 또한 다르지 않다. 탬버린, 노래, 춤 등 맡은 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자.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소녀시대이든, 씨스타이든, 여자친구이든 상사의 취향 파악이 먼저임을 잊지 말자.


2. 상사의 취향은 곧 내 취향
"헤비메탈을 배워라”

차 부장이 남겨진 그녀들을 위해 흘리고 간 고급정보. 새로 부임하는 사장님이 헤비메탈 광팬이라는 것! 그녀들은 지금 그것이 굵은 동아줄인지, 썩은 동아줄인지 가릴 처지가 아니다. 승범웅기 음악학원에 등록해 헤비메탈의 기본인 으르렁대기, 짐승워킹, 헤드뱅잉 등 기초코스를 속성으로 마스터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설악산에서 있던 워크숍 날. 환영파티의 클라이맥스인 부서별 장기자랑에서 첫 공연을 무사히 올린 그들은 과연 새로운 사장님의 마음에 들 수 있었을까?


마흔 걸스들이 으르렁 으르렁대

<헤비메탈 걸스>는 섣부른 희망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적 약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4인방이 '헤비메탈'을 통해서 그들의 억눌려있던 야성을 되찾는 모습을 통쾌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헤비메탈' 생존전략이 우스갯소리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우리 현실이 고되기 때문일 터. 전쟁터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발버둥 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다. <헤비메탈 걸스>는 오는 6월 12일까지 쁘띠첼씨어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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