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니 토드>, 대담하고 무서운 공연 될 것” 연출가 에릭 쉐퍼

미친배우님 | 2015.11.30 13:45 | 조회 659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공연장 복도에서는 여러 명의 뮤지컬 배우들이 긴장한 낯빛으로 악보를 든 채 목을 가다듬고 있었다. 이들이 차례로 들어선 곳은 내년 6월 개막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오디션장. 배우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심사 위원석에 앉은 신춘수 프로듀서와 원미솔 음악감독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8년 만에 돌아오는 기대작 <스위니 토드>를 이끌 연출가 에릭 쉐퍼(Eric Schaeffer)가 있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아직 그의 이름이 익숙지 않지만, 에릭 쉐퍼는 지난 26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스위니 토드>를 비롯한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을 연출해온 ‘손드하임 전문가’다. 이날 오디션장에서 날카롭고도 따뜻한 눈빛으로 함께 할 배우들을 찾던 그는 이어진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이 “대담하고, 무섭고, 피투성이인 공연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높였다. 이미 수 차례의 작업을 통해 손드하임과 <스위니 토드>의 세계 곳곳을 면밀히 탐색했다던 그이기에, 그 말은 든든한 믿음으로 다가왔다.

Q 한국에서의 첫 작업이다. 한국 관객들을 위해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다면.
워싱턴D.C.에서 시그니처 씨어터(Signature Theatre)라는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시그니처에는 극장이 두 개 있고, 2009년에는 토니어워즈에서 최고의 지역극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는 이 극장을 26년째 운영하고 있고, 브로드웨이에서 다섯 편의 뮤지컬을 연출했다. 최근 공연한 <지지(Gigi)>, 손드하임의 작품인 <폴리스(Follies)>, <밀리언 달러 쿼텟(Million Dollar Quartet)> 등이다. 웨스트엔드에서는 <이스트윅의 마녀(The Witches of Eastwick)>와 <밀리언 달러 쿼텟>을 연출했다. 그 외에도 디즈니랜드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활동해왔다.

Q 시그니처 씨어터를 설립한 1989년부터 여러 차례 다양한 규모로 <스위니 토드>를 작업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우리 극장에서는 매년 연례 행사로 손드하임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다. 개관 후 지난 26년간 손드하임의 뮤지컬을 27번 공연했다. 아마 우리 극장이 미국에서 손드하임의 뮤지컬을 가장 많이 공연한 극장일 것이다.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위니 토드>는 세 차례 공연했고, 세 번 모두 각기 다르게 연출했다. <스위니 토드>는 작품 내에 여러 층위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작품이라서, 연출가인 나도 매번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또 새롭게 <스위니 토드>를 연출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기쁘다. 각 캐릭터나 음악적 모티브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구현되는지,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더욱 강렬한 열정을 품게 되는지, 전체 작품의 의미는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를 다시 조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내가 보기에 <스위니 토드>의 중심은 부당하게 나라 밖으로 쫓겨난 스위니 토드와 그에게 사로잡힌 러빗 부인의 러브스토리다. 그리고 스위니 토드 외에도 자신의 인생에서 무언가 복수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현실에서는 좋은 일이 아니겠지만, 뮤지컬에서는 좋은 일이다. 작품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주고 물리적, 감정적으로 위태로운 상태로 치닫게 하니까. 그래서 공연이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것이다. 또한 손드하임의 인물들은 서로 매우 다르고, 동시에 모두가 러빗 부인의 파이 가게와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점이 정말 멋지고 재미있다. <스위니 토드>에 붙은 ‘스릴러 뮤지컬’이라는 부제는 앞 단계의 퍼즐을 맞춰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공연이 끝나야 모든 퍼즐이 한꺼번에 맞춰지는 이 공연에 대한 완벽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스위니 토드>를 보는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보고 나서 “와 정말 롤러코스터 제대로 탔어”라고 말할 수 있는 공연인 거다.


Q 오디컴퍼니와는 어떻게 연이 닿아 이번 공연을 연출하게 된 건가.
신춘수 대표와는 한국영화 <과속 스캔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스핀>을 함께 만들면서 알게 됐다. <스핀>의 작가와 작곡가인 브라이언 힐(Brian Hill), 닐 바트람(Neil Bartram)과 아는 사이였는데, 그들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작가들이기도 하다. 그들을 통해 뉴욕에서 신춘수 대표를 만났고, <스핀>의 연출을 맡아 시그니처 씨어터에서 3주간의 성공적인 워크샵 공연을 올렸다. 신 대표는 내가 그동안 손드하임의 뮤지컬을 많이 연출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스위니 토드>를 한국에서 올리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그 작품은 정말 훌륭한 뮤지컬이니 꼭 제작해달라고 했다.

Q 그간 뉴욕과 련던을 비롯해 세계 여러 도시에서 활동해왔다. 아직 며칠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작업하는 소감은.
아주 신나고 즐겁다.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다. 그동안 계속 화상회의로 작업을 진행하다가 실제로 여기 와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너무 좋다. 그리고 오늘 오디션을 시작했는데, <스위니 토드>의 음악과 가사가 모두 내 머릿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오디션 참가자들이 한국어로 노래해도 그들의 열정이 잘 느껴졌다. 배우들이 이 작품과 캐릭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강렬한 감정과 섬세한 감정 모두를 잘 표현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Q 다른 나라에서와 달리 한국 배우들만이 가진 특징이 있다면.
예의 바르고 정중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밀어 붙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이 배우들을 캐릭터와 스토리에 더욱 빠지게 할 수 있겠다는 것이 내 첫인상이었다. 그만큼 다들 기본기가 탄탄하고, 그래서 우리 프로덕션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

사실 <스위니 토드>는 오디션을 보기가 아주 힘든 공연이다. 공연의 감정선이 워낙 강렬하고 위태로워서 오디션장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그런 감정을 표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난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잘 해준 배우들이 많았다.


Q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사람들의 성격을 알아채는 감각이 좋은 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은 재미있어야 한다. 물론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열심히 일하는 동시에 열심히 노는 사람이라서 공연을 할 때도 두 달간 나와 같은 정신과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래서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을 찾고 있고, 누가 그런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오디션은 함께 배에 오를 사람들을 선택하는 것과도 같다. 같은 곳을 향하면서도 그 여정을 신나게 즐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격이 정말 중요한 요소다.

Q 2016년 <스위니 토드>는 어떤 공연이 될까.
아주 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공연이 될 것이다. 위태로운 감정선을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는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경험이 될 거다. 또 대담하고, 무섭고, 피투성이인 공연이 될 것이다.

Q 무대나 의상은 어떻게 만들어질지도 궁금하다.
고딕풍의 웅장하고 어두운 세트가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세트가 스위니의 세계를 탄생시켜 관객들이 무대와 객석 사이에 아무 벽도 없다고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세트가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거다. 또한 조명과 그림자를 많이 활용할 것이다. 무대 구석이나 벽 밑, 기둥 아래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아 마치 ‘유령의 집’처럼 예상할 수 없는 세트가 될 것이다. <스위니 토드>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이고, 따라서 예쁘장한 세트는 어울리지 않는다.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모두가 생존을 위해 사다리를 오르는 싸움을 하고 있고, 그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스위니 토드>를 기다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한국 관객들을 위해 <스위니 토드>를 공연하게 되어 정말 신난다. 손드하임은 미국 뮤지컬의 거장이고, 그의 <스위니 토드>는 최고의 뮤지컬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외국어로 작업하는 것은 아주 드문 기회다. 잘 만들어진 손드하임의 뮤지컬보다 좋은 건 없을 것이다. 이번 프로덕션은 훌륭한 공연을 만들기 위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훌륭한 디자인 팀도 있고, 출연진도 굉장할 거다. 아주 흥미로운 공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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