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최악의 영화는? 골든래즈베리 어워즈 수상작 분석

Tae in님 | 2016.03.06 13:53 | 조회 297
                                                

2015년 최악의 영화는?<br> 골든 래즈베리 어워즈 수상작 분석 네이버 영화 매거진 '최악의 영화'와 '최악의 배우' 선정을 놓고 경쟁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하루 전날, '최악'을 뽑는 시상식이 있다. 올해로 36회를 맞이하는 전통의 시상식, 바로 '골든 래즈베리 어워즈'다. 줄여서 '래지 어워즈', 더 줄여서 '래지스'라고도 불리는 이 시상식은 처음엔 소수의 영화 팬들에 의해 장난처럼 시작되었지만, 이젠 할리우드 영화 문화의 일부가 된 이벤트. 올해도 쟁쟁한(?) 작품들이 '최악의 영화'와 '최악의 배우' 선정을 놓고 경쟁했다. 수상 결과에 대해 간단히 정리 분석해 본다.

#. 올해의 위너 리스트    

* 최악의 작품상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판타스틱 4](공동 수상)
    * 최악의 감독상 : 조쉬 트랭크 [판타스틱 4]
    * 최악의 남우주연상 : 제이미 도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최악의 여우주연상 : 다코타 존슨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최악의 남우조연상 : 에디 레드메인 [주피터 어센딩]
    * 최악의 여우조연상 : 칼리 쿠오코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목소리), [더 웨딩 링거]
    * 최악의 각본상 : 켈리 마르셀(원작 E.L. 제임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최악의 콤보상 : 제이미 도넌 & 다코타 존슨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최악의 프리퀄, 리메이크, 아류 혹은 속편상 : [판타스틱 4]
    * 리디머 어워드 : 실베스터 스탤론

#. 올해의 주인공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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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래지 어워즈의 주인공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최악의 영화' 부문을 공동 수상한 [판타스틱 4].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작년 래지 어워즈의 주인공이 4개 부문을 휩쓴 [세이빙 크리스마스](2014)였다면 올해의 중심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다.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이 영화는 최악의 작품상을 비롯 최악의 남녀 주연상과 콤보상 그리고 각본상까지 5개의 래지 트로피를 가져갔다. 사실 이 영화가 그렇게 욕먹고 비난 받을 영화인지에 대해선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아래는 올해 래지 어워즈 '최악의 영화' 부문 후보에 오른 다섯 편의 영화에 대한 주요 평가 수치를 비교한 것이다. IMDb 평점은 대중의 반응을, 로튼토마토스와 메타크리틱은 평단의 반응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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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블라트: 몰 캅 2]은 6개 부문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주피터 어센딩]은 6개 부문에 올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IMDb 평점은 4.1로 가장 낮지만, 평단의 반응은 다른 영화에 비해 그다지 낮지 않았다. 흥행에도 성공하여 제작비 4,000만 달러였지만 북미 지역에서 1억 6,617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해외 시장까지 합하면 무려 5억 7,101만 달러의 매출이며, 현재 3편까지 제작 계획이 잡혀 있는 'R등급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다. 전반적으로 보면 [폴 블라트: 몰 캅 2]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던 영화. 하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래지 어워즈가 좋아할 만한 여러 요소들을 지녔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듯하다.

먼저 래지 어워즈는, 흥행성은 있지만 작품적 평가는 받지 못한 프랜차이즈 무비를 선호한다. 특히 상업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영화의 특정 요소를 심하게 이용하는 이른바 '익스플로이테이션 무비'는 래지스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로봇을 돈벌이를 위해 착취한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틴 로맨스를 심하게 우려먹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래지 어워즈가 환호하는 건 그런 이유다. 특히 '섹스'과 장삿속이 결합한 영화엔 가차 없는데 과거 [쇼걸](1995), [스트립티즈](1996), [원초적 본능 2](2006) 등에 래지 어워즈가 작품을 수여한 건 좋은 예다. 그런 면에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작품성과 무관하게, 래지스의 취향 저격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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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제이미 도넌과 다코타 존슨은 '최악의 콤보상'도 수상했다.            

[픽셀]은 올해 래지스 후보 중 그나마 대중성과 작품성이 괜찮았던 영화다.            

공동으로 '최악의 영화'로 선정된 [판타스틱 4]는 예정된 참사였다. 리부트 붐 속에서 다시 시작한 [판타스틱 4]는 러닝타임 40분이 되도록 과학 실험만 해대고, 그저 그런 액션 하나 보여주고 영화를 마무리한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무비엔 대부분 카메오 출연했던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마저 이 영화엔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다(그조차... 이 영화를 버린 걸까?). [판타스틱 4](2005), [판타스틱 4 - 실버 서퍼의 위협](2007)이 그래도 북미 지역에서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면, 작년에 나온 [판타스틱 4]는 북미 시장에서 제작비(1억 2,000만 달러)의 절반도 못 건졌다.

#. 비운의 감독, 조쉬 트랭크    

 

[판타스틱 4]의 조쉬 트랭크 감독    

 

[휴먼 센티피드 3]에 직접 출연한 톰 식스 감독    

[폴 블라트: 몰 캅 2]의 앤디 픽맨, [휴먼 센티피드 3]의 톰 식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샘 테일러-존슨, [주피터 어센딩]의 워쇼스키 남매 그리고 [판타스틱 4]의 조쉬 트랭크가 '최악의 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트랭크가 수상했다. 과거 [매트릭스 2 - 리로디드](2003)과 [매트릭스 3 - 레볼루션](2003)으로 래지와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워쇼스키 남매(당시엔 형제)만 두 번째 노미네이션이고, 나머지는 모두 첫 번째 노미네이션이었다.

'래지스 신인들'을 소개하자면 앤디 픽맨은 과거 [쉬즈 더 맨](2006)이나 [윗치 마운틴](2009)처럼, 절대 걸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래지 어워즈에서 때려 맞을 정도의 영화를 만들진 않았던 감독이다. 그리고 스티브 카 감독의 전편인 [폴 블라트 - 몰 캅](2009)도 졸작이긴 하지만 심하게 욕먹진 않았다. 하지만 픽맨이 이어받으면서 거의 '아작'을 내놓았는데, 단 하나의 치밀한 구석도 찾을 수 없는 망작이다.      네덜란드 출신인 톰 식스는 2009년 [휴먼 센티피드]로 '호러의 해부학'에 새로운 장을 열었던 쇼킹한 감독. 이번에 선보인 3편엔 직접 '톰 식스 감독'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무리수를 두며 역겨움의 극단을 향해 치달았다. 내심 수상을 예상했지만... 결실을 거두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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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 어센딩] 현장의 워쇼스키 남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현장의 샘 테일러-존슨 감독(맨 왼쪽). 그녀는 배우 아론 테일러-존슨의 아내이기도 하다.            

여성 감독 샘 테일러-존슨은 [존레논 비긴즈-노웨어보이](2009) 때만 해도 평단의 격찬을 받았지만 두 번째 영화에서 뭔가 수렁에 빠진 느낌. 하지만 종종 지루한 구석이 있어서 그렇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 감독의 연출력이 엉망인 영화라고 보긴 힘들다. 사실 래지스의 '몰아주기'만 아니라면, 샘 테일러-존슨 말고도 래지 감독상 후보에 오를 감독들은 수두룩하다. 올해의 수상자인 조쉬 트랭크는 [크로니클](2012) 때만 해도 꽤 쓸 만한 신인 대접을 받았던 감독. 하지만 [판타스틱 4]는 그가 되살리기엔 역부족인 프로젝트였으며, 이 영화는 '최악의 프리퀄, 리메이크, 아류 혹은 속편상'까지 받게 되었다.

#. 남녀 주연상, 지나친 몰아주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제이미 도넌.    

 

                        [픽셀]의 아담 샌들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제이미 도넌과 다코타 존슨은 남녀 주연상과 '최악의 콤보' 부문까지 휩쓸었다. 올해 래지 어워즈에서 워낙 이 영화의 영향력이 강한 탓이긴 하지만, 지나친 몰아주기 아닌가 싶다. 먼저 최악의 남우주연상 부문을 보면 쟁쟁한 후보들이 모여 있었다. [론 레인저](2013) 이후 두 번째로 래지스와 만나는 [모데카이]의 조니 뎁은 잭 스패로우보다 훨씬 더 방정맞은 연기를 선보였다. [주피터 어센딩]의 채닝 테이텀은 지나친 눈 화장만 아니었다면 조금은 나았을지도 모른다.

래지 어워즈에서 빠지면 섭섭한 사람이 바로 아담 샌들러. 올해도 [픽셀]과 [코블러] 두 편으로 후보에 올랐다. 그는 래지 어워즈가 지나칠 정도로 편애하는 배우. 종종 "혹시 래지스를 노리고 저런 영화에 출연한 게 아닐까"싶을 정도이며, 그의 필모그래피는 래지 어워즈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남우주연상 열한 번 후보에 올라 네 번 수상, 각본상으로 네 번 올라 한 번 수상, 최악의 커플(혹은 콤보) 후보에 다섯 번 올라 한 번 수상... 게다가 진정 놀라운 건, 그가 여우주연상마저 수상했다는 사실! 래지스 사상 최초로 10개 부문을 한 영화가 모두 수상했던 2012년, 그는 여장을 했던 [잭 앤 질](2011)로 남녀 주연상을 모두 가져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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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의 한 장면. 남우주연상 후보 아담 샌들러, 남우조연상 후보 케빈 제임스, 여우조연상 후보 미셸 모나한이 한 장면에 담겼다.            

[더 보이 넥스트 도어]의 제니퍼 로페즈. 나쁘지 않은 연기였지만, 래지스의 '전관예우'로 후보에 올랐다. 이런 안 좋은 관행은 래지 어워즈가 반드시 고쳐야 할 점이다.            

사실 올해 래지스의 남우주연상 혹은 남우조연상 중 하나라도 가져갈 거라고 예상했던 배우는 케빈 제임스였다. TV 출신으로 너드 코미디계의 주요 배우로 부상한 그는 아담 샌들러의 파트너로 종종 등장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척 앤 래리](2007)에서 래지 어워즈의 남우조연상과 최악의 커플상을 샌들러와 함께 수상했다. [그로운 업스] 시리즈에서도 샌들러와 공연했고, 올해는 쇼핑몰 안전요원으로 등장하는 [폴 블라트: 몰 캅 2]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샌들러의 친구이자 대통령으로 나오는 [픽셀]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두 부문 모두 불발이었다. 하지만 조만간, 래지스 트로피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15년 최악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이미 도넌은 질리언 앤더슨과 공연한 [더 폴](2013) 때만 해도 유망주 소리를 들었던 배우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첫 래지 트로피를 안았다.

다코타 존슨이 수상하긴 했지만, '최악의 여우주연상' 부문도 난형난제였다. 전력만 놓고 보면 제니퍼 로페즈가 유력했다. 2000년 이후 '래지스 퀸' 중 한 명으로 떠오른 그녀는 래지 어워즈가 가장 선호하는 '연기와 노래를 겸업하는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주연상에 다섯 번, 조연상에 두 번, 커플상에 두 번 후보에 올랐고 번번이 머라이어 캐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마돈나 등에 밀려 수상하지 못하다가 [갱스터 러버](2003)로 주연상과 커플상(벤 애플렉과 함께)을 수상했다. 2010년 시상식 땐, '지난 10년 최악의 여배우' 부문에서 패리스 힐튼에게 밀린 바 있는 로페즈. 하지만 올해 노미네이션은 전관예우 아닌가 싶다. [더 보이 넥스트 도어]에서의 연기가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것. MTV 무비 어워즈에선 '최고의 공포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다코타 존슨    

 

[불륜녀 죽이기]의 캐서린 헤이글    

세 번째 래지스 후보에 오른 [불륜녀 죽이기]의 캐서린 헤이글은 영화를 심각하게 잘못 고른 케이스(로튼토마토스에서 5%). 그렇다면 밀라 쿠니스는 [주피터 어센딩]에서 너무나 버거운 역할을 맡았다(청소부와 우주의 여왕을 오가는 캐릭터의 폭이라니!). [모데카이]의 기네스 팰트로는 연기라기보다는 마지못한 재능 기부의 느낌. 사실 로페즈를 제외하면 누가 타도 무방할 분위기였지만 래지스의 선택은 떠오르는 신예 다코타 존슨이었다.

#. 오스카 위너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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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위너인 에디 레드메인. [주피터 어센딩]의 '최악의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더 웨딩 링거]의 칼리 쿠오코. '최악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올해 래지 어워즈의 배우 부문엔 오스카 수상자가 여럿 포함되었다. [주피터 어센딩]으로 최악의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에디 레드메인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으로 작년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 앞에서 언급한 기네스 팰트로와 [7번째 아들]로 최악의 여우조연상 부문에 오른 줄리안 무어도 오스카 위너들이다.

뭔가 작정하듯 망가지는 레드메인에게 [주피터 어센딩]은 아마도 평생의 짐으로 따라다닐 듯. 사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시나리오 검토를 제대로 안 하고 계약서를 쓴 것이다. 느닷없이 사랑에 빠지고, 느닷없이 청혼하고, 느닷없이 여왕이 되고, 느닷없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주피터 어센딩]에서 그나마 캐릭터의 톤을 지킨 건 레드메인이었지만, 그 혼자 짊어지고 봉합시키기엔 영화가 만만치 않았다. 놀라운 비주얼의 액션 신 등 물론 미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주피터 어센딩]은 배우 입장에선 결코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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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아들]의 줄리안 무어            

[모데카이]의 기네스 팰트로. '명품' 연기가 아닌 '명품을 든' 연기를 보여준다.            

[핫 텁 타임머신 2]와 [베케이션]의 체비 체이스는 73세에 첫 래지 어워즈 노미네이션이었다. [픽셀]과 [더 웨딩 링거]의 조쉬 게드도 만만치 않은 '병맛' 연기를 보여주는데, [픽셀]에선 게임 캐릭터와 사랑에 빠진 '덕후'였고 [더 웨딩 링거]에선 '찌질'한 신랑이었다. [픽셀]의 케빈 제임스,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쳐]의 제이슨 리도 있었지만, 모두 레드메인에겐 대적하지 못 했다.

최악의 여우조연상 부문은 다소 의외다. 오스카 위너에 대한 래지 어워즈의 높은 선호도를 생각한다면, [7번째 아들]에서 마녀가 된 줄리앤 무어가 유력해 보였던 것. []의 루니 마라, [픽셀]의 미셸 모나한, [팬]과 [러브 더 쿠퍼스]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도 있었는데, 트로피는 칼리 쿠오코에게 갔다. TV 시리즈 [빅 뱅 이론]의 페니 역할로 잘 알려진 그녀는 [더 웨딩 링거]에서 신부 역을 맡았지만 진정 존재감 없었고,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에선 칩멍크 걸그룹 멤버 중 하나인 엘레노어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 수염과 신발이 수상할 순 없었는가    

 

[모데카이]의 조니 뎁과 수염    

 

[코블러]의 아담 샌들러와 신발    

래지 어워즈는 2013년부터 '최악의 커플' 부문을 '최악의 콤보'로 변화시키면서 더욱 엽기적인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무슨 말인지는, 올해 후보들을 보면 아실 거다. [판타스틱 4]의 네 주인공,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제이미 도넌과 다코타 존슨 정도는 상식적이라 할 수 있지만, [모데카이]는 조니 뎁과 코밑에 붙인 수염이 '콤보'로 후보에 올랐다. [폴 블라트: 몰 캅 2]에선 케빈 제임스와 그가 타고 다니는 세그웨이 혹은 코밑에 붙인 수염이 후보였다. [코블러]는 아담 샌들러가 신발 수리공으로 나오는 영화. 그에겐 마법의 기계가 있어, 그 기계로 고친 신발을 신으면 샌들러가 신발 주인으로 변하는데, '아담 샌들러와 그가 신는 신발들'이 후보에 올랐다. 아쉽게도 수상은 도넌과 존슨의 몫이었다.

'최악의 각본상' 부문은 은근히 [주피터 어센딩]을 기대했지만 역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차지가 되었다. [판타스틱 4], [폴 블라트: 몰 캅 2], [픽셀] 등이 함께 후보에 올라 각축전을 벌였다. 사실 가장 치열했던 부분은 '최악의 프리퀄, 리메이크, 아류 혹은 속편' 부문이었을 것이다. [휴먼 센티피드 3]와 [판타스틱 4]의 대결로 좁혀지는 느낌이었는데, 결국 [판타스틱 4]가 탔다. 공정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외에도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 [핫 텁 타임머신 2], [폴 블라트: 몰 캅 2] 등이 후보에 올랐다.

#. 숙연해지는 순간, 래지 리디머    

 

[크리드]의 실베스터 스탤론    

 

[컨커션]의 윌 스미스    

'래지 리디머'는 작년에 신설되어 벤 애플렉이 수상한 부문이다. 리디머(redeemer)는 '구세주' 혹은 '구제해주는 사람', 종교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뜻으로, 과거 래지 어워즈에서 오명을 남겼지만 이후 와신상담, 권토중래, 개과천선의 과정을 거쳐 환골탈태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작년의 벤 애플렉은 [아마겟돈](1998)으로 시작해 총 8번 후보에 올라 두 번 래지 어워즈를 수상했던 '래지스 단골'이었지만 [아르고](2012)나 [나를 찾아줘](2014) 같은 영화를 연출하고 출연하면서 어두운 과거를 청산했다는 점에서 '래지 리디머'로 선정되었다.

올해의 후보는 총 네 명이었다. 우리에겐 [헝거게임] 시리즈의 '에피' 캐릭터로 익숙한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12편의 단편이 묶인 [무비 43](2013)의 감독 중 한 명으로 '최악의 감독상' 수상자였다. 하지만 2015년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를 연출하며 오명을 어느 정도는 씻었다는 점에서 후보에 올랐으나... 이 정도로는 리디머로 보기에 조금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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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 현장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현장의 엘리자베스 뱅크스 감독 겸 배우            

M. 나이트 샤말란 감독도 마찬가지다. 10년 전 [레이디 인 더 워터](2006)부터 래지 어워즈에서 폭풍 질주를 하며 해프닝 같았던 [해프닝](2008)을 거쳐 [라스트 에어벤더](2010)으로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했고 [애프터 어스](2013)로 래지 어워즈의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 '래지 리디머' 후보에 오른 건 작년 [더 비지트]로 래지 어워즈 이전 시기로 회복했다는 건데... 역시 조금 약하다. 샤말란과 시너지를 노렸던 [애프터 어스]에서 대형 참사를 기록했던 윌 스미스도 후보에 올랐다. [컨커션]에서 양심을 지키려는 의사 역을 맡아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수상자인 '실베스터 스탤론'이라는 이름 앞에선 그 누구도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래지 유니버스'에서 그는 만능 키 같은 존재이며, '올 타임 래지스 챔피언'이자, '어워즈의 전설'이자, '살아 숨 쉬는 래지 트로피'이자 '래지스의 영원한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 어마어마한 기록을 살펴보자. 1985년부터 후보에 오르기 시작한 그는 1997년까지 13년 연속 노미네이션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자신의 전성기를 래지 어워즈와 함께 보낸 셈이며, 래지스도 초기에 시상식이 틀을 갖춰 가던 시기 매년 스탤론을 후보에 올림으로써 그를 시상식의 기둥처럼 이용했다.

 

스탤론에게 첫 래지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귀향](1984)    

 

스탤론에게 첫 래지 감독상을 안겨준 [록키 4](1985)    

 

스탤론에게 첫 래지 각본상을 안겨 준 [람보 2](1985)    

 

스탤론에게 첫 래지 커플상을 안겨 준 [스페셜리스트](1994) 샤론 스톤과 공연했다.    

수상 기록을 보면 더욱 놀랍다. 남우주연상 부문에 열네 번 후보에 올라 네 번 수상했다. 남우조연상 부문에 세 번 후보에 올라 한 번 수상했다. 감독상 부문에 두 번 후보에 올라 한 번 수상했다. 각본상 부문에 일곱 번 후보에 올라 한 번 수상했다. 커플상 부문에 두 번 후보에 올라 한 번 수상했다. 총 스물여덟 번 후보에 올라 여덟 번 수상했으니... 1990년 시상식에서 '1980년 결산 최악의 배우'에 선정되고 2000년 시상식에선 '지난 세기 최악의 배우'로 선정된 건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올해, 그는 다시 록키 발보아로 돌아왔고 [크리드]에서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을 훈련시키는 트레이너로 등장해 골든글로브를 수상했고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이보다 더 극적인 리디머가 있을까? 올해 래지 어워즈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아니라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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