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영화계 결산 두번째

Tae in님 | 2016.01.03 10:08 | 조회 503



여름 시즌에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고, 한국 감독들과 해외 자본이 만난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 의외의 흥행작들이 있었고 실패한 기대작들이 있었다. 독과점과 장르 편중 현상은 여전했다.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이 대거 등장했다.


■ 한국영화 vs 미국영화, 양분 구도

    
    

                올해 하반기 흥행을 이끌고 있는 두 영화. [내부자들]과 [검은 사제들].            

작년과 비교해볼 때,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 자료가 나온 11월까지만 비교해본다면, 2015년 한국영화 산업은 매출액(극장) 기준으로 4.8%, 관객 수로 2.6% 상승했다. 추정해본다면 올해 한국 극장가의 총매출액은 1조 7,440억 원 정도 예상되며, 관객 수는 2억 2,065만 명 수준이 될 듯하다. 2013년 이후 3년 연속 2억 명 이상의 관객이 극장을 찾은 셈이며 한국영화 관객 수는 2012년부터 4년 연속 1억 명을 넘어섰다. 점유율은 한국영화가 약 51%, 외화가 약 49%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여 작년보다 한국영화가 1% 정도 오를 전망인데, 2012년의 58.8%, 2013년의 59.7%에 비교하면 작년과 올해의 점유율은 적잖이 위축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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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자료를 토대로 2015년 1월 1일부터 12월 27일까지의 순위를 작성했다.

* [국제시장]은 2014년 개봉작으로, 순위엔 2015년 흥행 부분만 반영했다. 2년에 걸친 흥행 성적을 합산하면 1,426만 1,581명으로 [베테랑]과 [암살]보다 높다.

    
    

                프랜차이즈 무비의 저력. [쥬라기 월드]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한국영화가 14편, 미국영화가 16편을 차지하고 있는 1 ~ 30위의 차트를 살펴보면, 한국영화의 경우 역사적,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들이 흥행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암살](2위), [국제시장](3위), [사도](6위), [연평해전](9위),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15위), [극비수사](21위), [강남 1970](30위)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와 역사를 다루며, [베테랑](1위), [내부자들](5위) 등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드러낸다.

미국영화 쪽은 예상대로 프랜차이즈 무비의 강세였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3위)은 여름 시장이 아니었음에도 관객 1천만 명을 넘어섰고,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8위)도 한국에서의 여전한 톰 크루즈 파워를 증명했다. [쥬라기 월드](10위)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16위)는 14년, 30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얻었고, [분노의 질주: 더 세븐](18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19위),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24위) 등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랜차이즈 무비였다.


■ 한국영화 흥행 구조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알찬 흥행을 기록한 [차이나타운].

    

300만 명을 넘긴 [스물].

범위를 좁혀 한국영화만 놓고 살펴보면, 최근 흥행작의 분포가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 수가 줄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60%에 달했던 2012년(58.8%)과 2013년(59.7%)엔 각각 32편과 30편의 한국영화가 100만 명을 넘겼다. 하지만 점유율이 50.1%로 떨어진 2014년엔 23편이었고, 약 51%로 전망되는 올해도 23편 정도로 예상된다. 최근 2년 동안 100만 명 이상의 한국영화가 7편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일단 2012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 동안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의 구성 변동을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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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를 보면 흥행의 상위층을 차지하는 800만 명 이상의 '초대박' 영화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천만 영화'는 매년 두 편씩 개봉되고 있다. 500 ~ 800만 명의 '대박' 작품도 크게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 아래 구간인 300 ~ 500만 명의 '중박'이나, 평균 제작비를 투여했을 때 손익분기점이 발생하는 200 ~ 300만 명 구간의 영화들은 계속 위협받고 있다. 때에 따라선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도 있고 혹은 약간 손해 볼 수도 있는 100 ~ 200만 명 규모의 영화들도 줄었다. 흥행의 허리가 흔들리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아이러니컬하게도 2012년 여름 [도둑들](2012)부터 시작된, 거의 매 시즌마다 '천만 영화' 혹은 '준천만 영화'가 쏟아지는 시기와 맞물린다. 초대박이 줄지어 등장하면서 이상하게도 점유율은 내려가고 토대는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다. 구체적 이유를 분석하려면 좀 더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쌓여야 할 듯하지만, 올해 어떤 '징후'가 드러난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네 편의 '천만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베테랑].

    

흥행 2위를 차지한 [암살].

작년에 개봉된 [국제시장]이 올해 1월에 관객 1천만 명을 넘어섰고, 외화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도 '천만 영화' 대열에 합류했으며, [암살]과 [베테랑]이 그 뒤를 이었다. 1년 동안 네 편의 울트라 흥행작이 나온 것으로, 이것은 2013년부터 시작된 '천만 영화 양산' 현상의 지속이다. 이 현상은 아마 앞으로 한동안, 독과점 현상과 함께 지속될 것이며, 한국영화 산업을 가동시키는 가장 강력한(하지만 적잖은 문제점을 지닌) 추진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천만 영화'라고 해서 다 같은 방식으로 목표점에 도달했다고 볼 순 없다. 여기서 네 편의 영화의 흥행 추이를, 주말(금 ~ 일) 흥행 성적을 중심으로 그래프를 그려보면 어떤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개봉 주차를 중심으로 개봉 1주차부터 10주차까지의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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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개봉되어 올해 '천만 영화'가 된 [국제시장].

    

                '천만 관객'을 넘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최종 스코어와 첫 주말 스코어는 반비례한다는 사실이다. 1,426만 명을 동원하며 네 편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국제시장]의 첫 주말 관객은 113.9만 명. 1,094만 명으로 네 편 중 가장 적은 관객과 만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첫 주말 관객은 281.9만 명으로 [국제시장]의 2.5배에 달했지만, 최종 스코어에선 300만 명 이상 적었다. 이것은 흥행의 두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와이드 릴리즈의 극단이었다. 4월 23일 개봉된 이 영화는 그 주말 전체 매출액의 90.5%와 1,843개의 스크린을 차지했다. 그 기세는 3주차에 들어서면 급격히 떨어지며 6주차가 되면 주말 관객이 10만 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9주차를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사라졌다. 반면 [국제시장]은 역주행의 행보를 보여준다. 개봉 주말엔 113.9만 명이었지만 2주차엔 142.3만 명, 3주차엔 165.5만 명을 기록한 것. 바로 2 ~ 3주차 구간에서 일어난 이 반등세는 메가 히트작 혹은 의외의 흥행작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인데, 스코어의 하락세를 2주 뒤로 밀게 되고 그 낙폭도 그렇게 크지 않다. 이른바 흥행의 '뒷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10주차 땐 설 시즌과 함께 관객 수가 급증하는 또 한 번의 역주행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은 [베테랑]과 [암살]의 비교에서도 나타난다. [베테랑]은 [국제시장]과 같은 방식을 보여준다. 첫 주말엔 191.7만 명으로, 244.3만 명의 [암살]에게 50만 명 이상 뒤졌지만, 2주차 주말에 오히려 관객 수가 225.4명으로 17.6% 증가했다(스크린 수는 4.8% 증가했다). [베테랑]과 [암살]의 주말 관객 수 그래프를 보면, 첫 주말만 [암살]이 많을 뿐 2주차 이후로는 [베테랑]이 모두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2주차의 반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첫 주말 관객이 가장 중요하지만, 더 넓게 본다면 2주차 주말 관객 수에 한 영화의 '흥행적 운명'이 달린 셈. 그러기에 첫 주말 스코어만 보고 2주차에 영화를 걸지 말지 결정하는 현재 한국 극장가의 마인드는 다소 성급한 감이 있다. 최소한 2 ~ 3주차에 어느 정도는 상영관을 보장해주어야 하며, 어쩌면 이것은 영화산업이 영화에 대해 지켜야 할 예의다.


■ 주말 관객 수 순위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앤트맨].

영화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흥행 기대작들은 와이드 릴리즈 방식을 선택해 첫 주 관객 수를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한다. 아래는 개봉 첫 주말 관객 수를 기준으로 만든 흥행 순위다. 1주차 주말에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들 13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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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자료를 토대로 2015년 1월 1일부터 12월 22일까지의 순위를 작성했다.

* [검은 사제들], [내부자들], [히말라야]는 현재 상영중인 영화로 최종 관객 부분을 제외했다.

첫 주말 관객의 파괴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기세가 가장 크게 눈에 띈다. 최종 스코어 순위와 주말 스코어를 비교해보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8위에서 3위로, [마션]은 13위에서 5위로, [쥬라기 월드]는 10위에서 6위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19위에서 10위로, [앤트맨]은 22위에서 11위로 상승한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올해 가장 많은 첫 주말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전체 관객 중 첫 주말 관객이 26.9%를 차지한다. 1/4 이상이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32.5%, [마션]은 31.4%, [쥬라기 월드]는 27.6%,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38.2% 그리고 [앤트맨]은 무려 40%에 달한다. 반면 한국영화는 [사도]가 21.2% 정도일 뿐 모두 20% 이하의 '1주차 주말 관객 의존도'를 보여주었다.


■ 역주행의 알찬 흥행

    

                올해의 진정한 승자,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의외의 흥행작 [인턴].

하지만 모든 미국영화가 첫 주에 승부를 거는 물량주의를 선택한 건 아니다. 올해 극장가엔 2주차 주말에 첫 주보다 더 많은 관객이 든, 이른바 '게츠아가리' 현상을 통해 흥행한 몇 편의 영화들이 있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인사이드 아웃], [인턴] 그리고 한국영화로는 [조선 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역주행엔 조건이 있다. [조선 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과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2주차에 설 연휴를 맞이했고, [인사이드 아웃]은 초등학교 방학과 겹쳤다.

하지만 같은 조건이 주어진다 해서 모든 영화가 그런 건 아니다. 추석 연휴에 2주차를 맞이한 [사도],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에겐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물론 여기엔 [탐정 : 더 비기닝]의 추석 개봉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긴 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들의 흥행 그래프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인턴]의 주말 관객 그래프와 함께, 첫 주말에 총력전을 펼쳤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마션]을 비교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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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마션].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첫 주에 54.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2위로 등장했다. 2주차엔 90.3만 명으로 관객 수가 65.1% 늘어나는 '게츠아가리' 현상이 일어났다(스크린 수는 3.1%, 상영횟수는 11% 늘어났을 뿐이다). 엄청난 입소문의 힘을 탄 셈이다. 그리고 3주차엔, [조선 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을 밀어내고 1위 자리에 올라 4주차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3 ~ 4주 동안에도 50만 명 이상 수준을 계속 지켰으니 그 지구력은 대단했던 셈이다. 5주차에 [살인의뢰], 6주차에 [위플래쉬]가 1위를 차지할 때도 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꾸준히 2위 자리를 지켰다. [스물]과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등장했지만 8주차까지 10만 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고, 5위권 밖으로 밀려나지도 않았다. 10주차엔 관객 수가 증가하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했다. 2월에 개봉한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드디어 밀어낸 영화는 4월에 등장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그동안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10주 동안 5위권에, 11주 동안 10위권 안에 머물러 있었다. [인턴]도 2주차에 1위 자리에 오른 영화인데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와 비슷한 패턴을 보여준다. 최대 스크린 수가 659개였으니 '다양성 영화'와 큰 차이가 없다([위플래쉬]가 574개였다).

한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첫 주말 관객 123.9만 명이 2주차에 64.8만 명으로 떨어진다. 47.7%의 감소다. [마션]도 상황은 비슷한데, 첫 주말엔 154.3만 명이었지만, 2주차엔 81.9만 명으로 46.6만 명 감소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본격적인 성수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치고 빠지는 전략이었으며, [마션]은 비수기에 최대한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식이었던 듯하다. 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과연 그것이 얼마나 효율적이며 상생적이었는지는 점검해볼 문제지만 말이다.


■ 주춤한 다양성 영화

    

                올해 다양성 영화 흥행 1위 [위플래쉬].

    

재개봉의 기적 [이터널 선샤인].

그 기준이 조금 모호하긴 하지만(현재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인증에 따르고 있다), '다양성 영화'의 기제는 작년에 비해 한풀 꺾였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비긴 어게인]이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 [한공주], [인사이드 르윈] 등의 영화가 선전했던, 10만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난 다양성 영화가 무려 19편에 달했던 2014년의 상황이 사실 비정상적(?)이긴 했다. 작년 다양성 영화 총 관객 수는 1,428.3만 명으로 전체 관객 수의 6.6%. 하지만 올해는 12월 27일 현재 921.9만 명 정도로 전체의 4.3%다. 이런 추세로는 1천만 명을 넘기기 힘들어 보인다. 아래는 올해 10만 명 이상을 동원한 다양성 영화 16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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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자료를 토대로 2015년 1월 1일부터 12월 27일까지의 순위를 작성했다.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눈의 여왕2: 트롤의 마법거울] 등은 2014년 개봉작으로, 순위엔 2015년 흥행 부분만 반영했다. 2년에 걸친 흥행 성적을 합산하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801,811명,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306,192명, [눈의 여왕2: 트롤의 마법거울]은 618,699명이다.

    

                올해 개봉된 한국 다양성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과 만난 [소셜포비아].

    

                [뮨: 달의 요정].

[위플래쉬]는 올해 다양성 영화 중 유일하게 100만 명을 넘겼으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올해 극장가에선 '오스카 파워'가 나름 붐을 일으켰는데 그 선두 주자였던 셈.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 4개 부문을 수상했던 [버드맨]이 20.6만 명을 동원했고, 작품상 후보였으며 각색상을 수상했던 [이미테이션 게임]은 174.4만 명의 놀라운 스코어를 기록하며 베네딕트 컴버배치 파워를 실감케 했다. 작품상 후보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34.6만 명을 동원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줄리안 무어 주연의 [스틸 앨리스]도 10만 명 이상과 만났다. 하지만 [셀마]의 1만6,000명, [폭스캐처]의 2만5,000명은 다소 아쉽다. 한국영화로는 이른바 '개훔방 사태'를 이끌었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소셜포비아]가 20만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났다.

올해 극장가의 작은 기적이라면 10년 만에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의 선전. 개봉 당시의 스코어를 넘어서, 어느덧 30만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난 이 영화는 한 마디로 관객의 감성을 읽은 '기획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100개 남짓한 상영관으로 일군 놀라운 성과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재개봉을 통해 15.9만 명과 만났다.


■ 2015년, 이슈 브리핑

    

                김지운 감독.

    

스페셜티 디비전인 'CGV아트하우스'에서 투자, 배급한 [무뢰한].

1. 한 시즌에 '천만 영화' 두 편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다. 작년 여름 [명량]이 1,761.5만 명이라는 초현실적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여름 시즌의 극단에 다다랐다고 생각했지만, 올해는 [암살]과 [베테랑] 두 편이 두 편이 전국 관객 1천만 명을 넘기면서, 시즌 마켓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7 ~ 8월만 놓고 본다면 작년 5,210만 명에서 올해 5,433만 명으로 4.3% 증가한 것.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는 여름 시즌에 2,000만 명 영화 혹은 세 편의 '천만 영화'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긍정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2. 한국 감독과 해외 자본

김지운 감독의 [밀정(가제)]의 투자 배급사는 워너 브러더스. 규모는 100억 원 정도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미국 최대의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인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대기로 했다. 사실 이 정도의 제작비를 한국에서 감당하지 못하진 않는다. 이미 [설국열차](2013)엔 400억 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바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해외에서 제작비를 구해야 했을까? 대기업에 의해 장악된 한국 영화산업에선 만나기 힘든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으면서 동시에 해외 시장에 좀 더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 아닐까 싶다.

3. 스페셜티 디비전

메이저 영화 업체가 저예산 영화와 아트 필름의 투자와 배급을 위해 만든 스페셜티 디비전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CGV의 'CGV아트하우스'는 [차이나타운], [무뢰한], [그놈이다]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제작에 뛰어들었고, NEW의 '콘텐츠 판다'는 한국의 독립 장편영화인 [영도]를 배급했다. 메이저가 작은 시장까지 잠식하려 한다는 우려와, 새로운 산업적 시도와 모색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1967년 작품인 김수용 감독의 [만선].

    

                [돌연변이]로 데뷔한 권오광 감독.

4. 94편의 고전 영화

한국영상자료원이 그동안 필름이 존재하지 않았던 94편의 한국영화를 발굴했다. 1970년대 순회 상영업을 하던 한규호 씨가 소장하고 있던 16mm 필름 356편을 기증했는데, 그중 94편은 실제를 확인할 수 없었던 미보유작이었던 것. 임권택 감독의 [전쟁과 여교사](1966)를 비롯, 고 이만희, 정진우, 김수용, 최하원 감독 등의 작품이 드디어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현재 디지털 복원 작업 중이며, 서서히 일반 관객들에게도 공개될 예정이다.

5. 신인 감독들

매년 신인 감독들이 등장하지만, 올해는 좀 더 풍성했다. 흥행 면에서 보면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단연 돋보이며, CF 감독 출신인 백감독은 [뷰티 인사이드]도 영화계에 진출했다.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오피스]의 홍원찬, [소셜포비아]의 홍석재, [돌연변이]의 권오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안국진 등은 첫 영화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프로듀서 출신인 김성제 감독은 2년 전 완성했던 [소수의견]을 드디어 개봉시켰다.

6. 재개봉 붐

위에서 언급했듯 10년 만에 재개봉된 [이터널 선샤인]의 기적 같은 흥행이 있었고, 한국에 2002년에 개봉되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외에도 적잖은 영화들이 재개봉을 통해 관객과 만났는데, 특히 1980년대 영화들이 한 세대를 거슬러 올라왔다. 1984년 개봉 당시 검열로 누더기가 되었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는 드디어 완벽한 모습으로 극장에 걸릴 수 있었고, [빽 투 더 퓨쳐](1985년)와 [빽 투 더 퓨쳐 2](1989년)도 과거에서 돌아왔으며, 1985년에 개봉되었던 [아마데우스](1984)는 30년 만에 돌아왔다.

    

30년 만에 재개봉된 [빽 투 더 퓨쳐].

    

독과점 논란의 중심에 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7. '개훔방' 사태

2014년 12월 31일에 개봉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둘러싼 이른바 '개훔방 사태'가 있었다. 극장에 의해 개봉 초기부터 관객과 만날 기회를 박탈당했고,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의 엄용훈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게 된 것. 다행히 재개봉되어 전국 30만 명 정도의 관객과 만났다. 한국 영화산업에서 독과점 문제가 지적되어 온 건 10년도 더 된 일. 하지만 '개선 불가능'의 수렁 속에서 이젠 지적조차 지겨워진 상황이다. 독과점이 한국영화의 균형 있는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라는 데 많은 영화인이 공감한다면, 독과점 구조를 해결할 법과 제도가 시급한 때다.

8. 살인 영화 러시

장르 편중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범죄영화나 스릴러 같은 이른바 '쎈' 장르 영화들이 '살인'이라는 자극적 요소를 내세우며 비슷해 보이는 영화들을 계속 내놓고 있다. 이젠 흐뭇한 추석 영화마저 연쇄살인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코미디로 포장되었지만 [탐정 : 더 비기닝]은 사실 올해 가장 잔혹한 살인 장면들이 담긴 범죄 영화다. 사실 이런 영화들이 흥행에서 그다지 메리트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메인 트렌드를 형성하며 계속 만들어지는 건, 관객들은 세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맹목적 믿음 때문은 아닐까 싶다. 현재 한국 장르영화는 어떤 덫에 걸린 듯 보인다.

이미지 목록
    

                연쇄 살인마를 다룬 [살인의뢰].

    

유혈낭자 추석 영화 [탐정 : 더 비기닝].

9. 영화진흥위원회

김세훈 위원장이 취임한 후 영화진흥위원회의 행보가 갈등을 빚고 있다. 먼저 지난 2월 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가 취소되었다. 영화제는 등급 분류에서 면제되는데, 영화진흥위원회가 관련 법안 개정을 추진하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영화들의 상영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더 큰 갈등은 독립영화 배급과 유통 부분에서 일어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새롭게 마련한 지원안에 독립영화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한국영화배급협회가 단독으로 공모에 응해 위탁 사업자로 선정되었지만, 능력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 내년엔 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가 열리고, 합당한 방식의 독립영화 배급과 유통이 이뤄질까? 부디 정상화되길 바란다.

10.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

작년부터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압력을 가했던 부산시가 드디어 부산국제영화제를 고발했다. 협찬금을 둘러싼 수수료 문제를 감사원이 지적했고, 이에 부산시가 영화제를 고발한 것. 20년 동안 부산이라는 도시의 영상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한 BIFF의 위상을 생각해본다면, 부산시가 영화제를 고발했다는 건 누가 봐도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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