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다큐페스티발2015 못다전한이야기

Tae in님 | 2015.04.13 10:48 | 조회 486


봄기운이 완연했던 4월의 첫날, '독립다큐멘터리축제 2015'가 관객들과 함께 했던 일주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은 국내 및 해외의 독립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소개하는 국내 유일의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올해는 4개 섹션을 통해 총 49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났다. 역대 최다 출품작 수를 경신(137편)하며 프로그래머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던 '국내신작전' 섹션에서는 그만큼 여러 감독들의 개성이 묻어난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됐다. 이 외에도 지난 한 해 독립다큐멘터리계의 화제를 불러모았던 작품을 소개하는 '올해의 초점' 섹션, 동시대 아시아 독립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 교류하는 장인 '아시아의 초점' 섹션, 현장과 관객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하는 '다큐멘터리 발언대' 섹션 등을 통해 시대와 호흡하는 독립다큐멘터리 축제의 저력을 과시했다.

4월 1일 저녁에 진행된 폐막식에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비롯해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집행위원, 스태프, 자원활동가와 관객들이 자리했다.

자원활동가가 일주일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폐막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봄 프로젝트 제작지원작 증서 수여식, 영화제 진행보고 등을 거쳐 인디다큐페스티발 2015의 관객상 시상이 이어졌다. 관객의 직접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상인만큼 감독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관객상은, 많은 팬층을 자랑하며 영화제 내내 입소문이 자자했던 김수목 감독의 [니가 필요해]가 차지했다. [니가 필요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비정규직 투쟁의 이면에 담긴 인간의 깊은 감정과 관계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김수목 감독은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상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출연한 노동자분들이 정말 기뻐하실 것"이라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영화제 기간 중에 발빠르게 현장을 취재하며 영화제 곳곳의 소식을 전했던 인디다큐페스티발 2015 데일리팀이 관객상을 수상한 [니가 필요해]를 소개하고 직접 김수목 감독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인디다큐페스티발 2015 관객상 수상작 [니가 필요해] 작품소개



[니가 필요해]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4년여 투쟁과 그 이후의 삶을 다룬 노동 다큐멘터리다. 노동자 공동의 문제에 대해 노동자 '집단'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담아낸 기존의 노동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니가 필요해]의 시선은 슬퍼하고 노여워하면서도 떠들어대며 장난치는 '개인'에 맞춰져 있다. 회사에서 해고당한 한 친구를 인터뷰하는 것을 시작으로 카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 해고, 투쟁의 과정을 담담히 담아낸다.

2007년 9월, 사측의 부당한 폭력, 징계, 해고를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회사는 조합원들을 잘라내고 조합원들은 천막을 치며 투쟁을 시작한다. 그들은 거리의 겨울을 견디며 시위하고, 선동하고, 집회를 열고,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고, 단식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투쟁이 장기화 될수록 조합원들은 생계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고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 자본이, 정규직이, 심지어는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조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고 고용주들과 정치인들은 여전히 이들에게 무관심하다.

카메라는 작은 것에도 슬퍼하고 기뻐하거나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어 끊임없이 생각하고 번민하는 보통의 개인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들은 소리치고 투쟁하지만 동시에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하고, 딴청을 피우며, 당구를 치기도 한다. 64일간의 고공농성과 45일 간의 단식을 비롯한 4년간의 투쟁의 시간 동안 이들을 지탱하는 것은 거대한 공동의 목표가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이들을 지탱하는 것은 조합원들 사이의 존중과 굳은 연대 의식이다.

비록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성취는 투쟁하는 노동자가 결국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물론 노동조합의 투쟁이, 그리고 이를 기록한 [니가 필요해]가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설사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이것들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모든 행위들의 가치를 이것들이 이끌어내는 결과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것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모든 발걸음 속에서 찾아내야만 한다.

 

◈ [니가 필요해] 김수목 감독 수상 인터뷰

Q. 수상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영화를 의미 있게 봐주고 지지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영화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더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웃음)

Q. 인디다큐페스티발 2015에 참여하신 소감은요?

제게는 어느 해보다 뜻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니가 필요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 애정과 응원을 받을 수 있었고 평소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다른 영화들을 만나면서 나의 영화, 삶, 활동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영회를 통해 관객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 고민하고 실천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Q.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와 작품을 시작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2007년 여름, 회사에서 해고된 여성노동자들에게 영상제작 교육을 하기 위해 인천으로 갔습니다. 이들이 담아온 영상 속 가득한 회사의 노무팀 직원들이 내뱉는 욕설과 폭력, 노동역사책에서나 접했던 상황이 아직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곧이어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는데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습니다. 영상교육을 하면서 비정규직 분들과 점점 가까워졌고 친밀해지기 시작할 무렵, 이분들이 회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카메라로 이들의 일상을 찍게 되었고, 이들의 일상이 나의 일상이 되면서 4년여의 세월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투쟁이 3년을 넘어가면서 끝까지 남아 버티던 사람 중 두 분이 회사 정문에 올랐고 인천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연대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속에서 더 외로워 보이는 조합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들의 의지대로 진행되지 않는 투쟁 상황이 의아스러웠습니다.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굳혀지면서 다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다음 작품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여전히 막막합니다. 일상적인 정리해고가 계속되고 있고 조합원들은 언제 다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조합원들이 늘어나고 있고 공장 안 비정규직 실태조사, 불법파견 소송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며 카메라로 담고 싶습니다. 그리고 1985년 구로동맹파업(구동파)의 주역인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빨간벽돌]이라는 영화의 조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선택과 현재의 삶에 대한 의미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인 [빨간벽돌] 다큐도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일주일간의 독립다큐멘터리 봄축제 인디다큐페스티발 2015는 끝을 맺었지만, 인디다큐페스티발은 끝나지 않는다. 정기상영회, 순회상영회 다큐로路 등을 통해 끊임없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봄을 여는 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발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면?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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