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을 앞둔 당신에게 '희망''시작' 영화10편

Tae in님 | 2015.03.08 10:37 | 조회 738
1. [하나와 앨리스]
 

 '봄', '시작', '희망' 따위의 단어들이 태그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는 영화입니다. 이제 갓 고등학교에 진학한 하나는 또래 남자애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짓말을 꾸며내 가짜 커플 행세를 하죠. 그런데 이는 사실 단짝 친구 앨리스가 먼저 좋아한다고 찜했던(?) 남자애를 가로챈 겁니다. 그런데 일찍부터 남남처럼 각자의 삶을 사는 엄마 아빠를 보며 자라온 앨리스에게는 친구인 하나도, 좋아하는 남자 선배도 모두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죠. 게다가 딱히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 없는 앨리스는 졸업 후의 자신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합니다. 주제 넘지만 뭔가를 시작하고 싶어하는, 혹은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분들이 보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애도 한 번 안 해봤으면서 헤어진 커플을 연기해야 하는 앨리스의 모습에선 시작과 함께 끝을 고민하는 성숙한 태도가 느껴지고요. 특히, 매사에 소극적으로 오디션에 임하던 앨리스가 주어진 기회를 흘려버리지 않고 마음껏 기량을 뽐내는 종이컵 발레 장면은 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담당하는 압도적인 장면이에요. 시작과 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아오이 유우였어요. 이 영화는 아오이 유우라는 배우의 시작을 알리기도 한 아주 멋진 영화니까요.

2. [귀를 기울이면]
 

 살면서 힘을 내고 싶을 때가 있다면, 특히 누군가에게 고백할 용기를 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사랑을 향한 에너지로 뒤덮인 영화거든요. 중학교 3학년인 츠키시마 시즈쿠는 책과 고양이, 골동품 가게 등으로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또래 남자애를 알게 되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이끌립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책임감 있는 씩씩한 사랑을 가꿔가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미래를 도모하며 결혼을 약속하는 마지막 장면은 작화와 대사, 음악에 구도까지 정말 어디 하나 손색없는 명장면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일한 후계자로 지목됐던 콘도 요시후미 감독은 자신의 첫 작품이자 결국은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린 [귀를 기울이면]에 이러한 시작과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소중하게 담아냈습니다.

3. [피치 퍼펙트]
 

 '새 출발'을 앞둔 대표적인 사람들을 꼽으라면 바로 대학교 신입생이죠. 대학생활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최근작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뛰어나면서도 널리 회자가 된 영화입니다. 완성도 면에서는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요. 덧붙이자면 아카펠라 음악이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는 음악 영화입니다. 사운드 트랙 부문에서는 개봉 당시 음악 차트를 점령하다시피 했을 정도로 화제가 됐었죠. 특히 주인공 베카 역을 맡은 안나 켄드릭이 부른 '컵송'(http://youtu.be/cmSbXsFE3l8)은 듣고 있으면 당장 어디든 답답한 현실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일종의 방랑곡이라고 할까요? 영화는 음악가를 꿈꾸는 베카가 처음 대학교에 들어와 동아리 활동을 하며 아카펠라 대회에 참여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꿈도 사랑도 모두 쟁취하게 되는 우먼 파워를 보여주죠. 지금에 와서 '대학교의 시작은 동아리입니다. 신입생 때는 놀아야 해요.'라고 말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꼰대 소리 듣겠죠. 갑갑한 현실입니다만, 즐기고 싶을 때는 즐길 수 있는, 즐겨야 하는, 즐겨야 했던 그때 그 시절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4. [족구왕]
 

 멋진 실패담도 이 리스트에 한 편 들어가야겠다 싶었습니다. 실패를 통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 까지는 아니고 좀 더 현실을 또렷하게 직시할 수 있는 영화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마침 [족구왕]이 있었네요. 모든 이의 시작이 오직 희망만으로 가득한 건 아니라는 의미에서, [족구왕]은 최근에 나온 한국 영화 중 가장 멋진 실패담이라고 할 수 있겠죠. [족구왕]은 복학생 만섭(안재홍)이 교내 퀸카 안나(황승언)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와의 데이트권을 놓고 다른 경쟁자와 족구 시합을 벌이게 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안나는 결국 만섭이 아닌 다른 남자의 진심을 받아들인다는 슬픈 결말이지만, 결코 좌절감이나 열패감을 맛보게 해주는 엔딩은 아닙니다. 만섭은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게 됐습니다. 그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게 될 겁니다. 패션 센스도 달라질 것이고 하다못해 가르마 타는 법도 다르게 연마할 테니까요. 뻔뻔한 복학생 티를 벗기 위한 피눈물 나는 노력, 복학생도 인생을 얼마든지 리뉴얼할 수 있습니다.

5. [내일을 위한 시간]
 

 공장에서 해고된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가 자신의 복직과 보너스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회사의 제안 앞에서 갈등하는 동료들을 설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고 있으면 다소 우울해질 수 있는 초반 설정입니다만, 대책 없이 우울함만을 안겨주는 씁쓸한 영화가 아니니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관람하길 추천합니다. 산드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떤 희망의 불씨를 보게 됩니다. 그것은 두둑한 보너스처럼 일상을 흔들만한 요소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싸울만하다, 싸워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게 해주면서 어떤 행동을 옮겨야 할지, 즉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를 되묻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6. [그래비티]
새 출발을 앞둔 당신에게 #희망 #시작 영화 20편 이미지 6

지금 당장에라도 우주에서 벌어질 법한 무시무시한 사실적 재난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만, 실은 크나큰 좌절과 상실을 겪어 지구를 벗어나고 싶었던 이가 결국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마치 중력이라는 게 생의 의지처럼 해석되기도 하죠. 귀환 과정에서 주인공 스톤 박사가 깨닫게 되는 가져다줄 수 있는 삶의 소중한 가치도 포함해서요. 우리를 살게 만드는 것, 그리고 다시 살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또 단지 올바른 휴머니티로만 똘똘 뭉친 영화는 아니죠. 아찔하면서도 놀라운 영상미 또한 만끽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7. [루르드]
 

 어딘가에 존재할 신에게 가장 바쁜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바로 새해라고 대답하겠죠? 우리는 각자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의 신에게 현세의 소망을 들어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뭐든 눈앞에서 실제로 바라던 바가 이뤄지는 광경을 보게 되다면, 그걸 우리는 '기적'이라고 부르겠죠. 전신마비로 평생을 휠체어 위에서만 살아온 주인공 크리스틴은 신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시기만 하면 언제든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는 장애인입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기도발이 잘 듣는' 세계 유명 성지순례를 하게 되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진짜 기적이 눈앞에서 일어난 것이죠. 크리스틴은 어느 날 갑자기 벌떡 일어나 걷게 돼요. 그러자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처음엔 경이를 표하다가 금세 "왜 내가 아니라 저 사람한테 기적이 일어났냐"며 질투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생각지도 못 했던 삶의 숙제를 안겨줍니다. 실패와 좌절에 맞서는 법도 가르쳐주고, 현실에 순응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도 보여주죠. 삶은 그만큼 복잡하게 이뤄져 있으니까요. 쉽게 말해 [루르드]는 뭔가 대단한 일이 갑자기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안전장치가 되어줄 수 있는 영화일 것입니다.

8. [세상의 모든 계절]
 

 영화는 자신의 행복점수를 1점 정도로 여기며 사는 몇몇 주인공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그들 스스로 아픈 상처를 드러내지 않아 상처가 덧나고 썩어가는 중입니다.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을 늘 비교하면서 자신의 나쁜 점을 개선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죠. 영화는 대책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중년의 민폐 캐릭터 메리(레슬리 맨빌)를 연민하는듯 하면서도 그녀가 왜 새로 인생을 시작하는데 주저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어렴풋이 유추해볼 수 있도록 관객들을 안내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자신 안에 숨어있는 메리를 끄집어낼 수 있게 만들어주죠. 그리고는 인생은 별것 아닌 반복을 통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도만을 보여줍니다. 대단한 의지를 표명하거나 밝은 미래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결말이 참담할 수 있어요.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는 않지만 주인공들이 다시 희망을 품고 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영화 내내 보여줬으니까요. 어쨌든 그래서 보는 이를 더욱 다잡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내일 보다 나은 내년, 그렇게 어김없이 다시 찾아올 계절(Another year)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9. [쇼걸]
 

 시작도 시작이지만, 어떻게 하면 가장 빨리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오를 수 없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고민하고 있는 차세대 야심가들에게 추천하는 폴 버호벤 감독의 걸작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이게 뭐냐며 사방에서 무시당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제 막 시골에서 갓 상경한 댄서 지망생 노미(엘리자베스 버클리)가 라스베이거스의 특급호텔 쇼 주인공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녀가 겪게 되는 성공 과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예상 가능한 댄서 조직 내의 암투와 서열 경쟁, 낯 뜨거운 뒷거래의 현장 등을 상상할 수 있겠죠? 우리의 노미는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매우 정치적으로 자신의 가진 장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독하다는 평까지 들을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정상 자리를 꿰차게 되죠. 그리고는 알다시피 다시 하강. 스트립 댄서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 내내 주인공들이 헐벗고 등장한다는 점을 살짝 걷어내고 본다면 굉장히 훌륭한 성장 영화임과 동시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다 못해 기어이 넘쳐 흐르고 마는 영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10. [버드맨]
 

 여기 누구보다도 새 출발을 꿈꾸는 남자가 있습니다. 과거 1992년 즈음에는 '버드맨'이라는 슈퍼히어로 역으로 인기스타 반열에 올라있던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온갖 주변 상황들이 그의 도전을 방해합니다. 누구 하나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이 없죠. 심지어 환청까지 들립니다. 이 모든 상황은 결국 톰슨 자신과의 싸움으로 이어집니다.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싸움입니다. 원 컷처럼 보이게 하는 독특한 촬영과 라이브를 연상케 하는 음악 등을 통해 시각적인 혼을 쏙 빼놓은 다음, 묵직한 결말로 관객들을 놀라게 만드는 한 편의 공연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주요 4개 부문상을 수상해 작품성도 인정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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