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연기란 무엇인가? (6) - 임주현 교수

임주현(비회원)님 | 2013.11.19 16:08 | 조회 1790

연기란 무엇인가? (6)

(* 연속게재)

 

전임교수 임 주 현

 

 

우리 모두에게 시작과 끝이 있듯, 모조품 세상에도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관객들은 정해진 시간동안 숨죽이며 배우들을 지켜본다. 일상에 존재하던 배우라는 직업의 사람은 역할이라는 옷을 입고, 작품 속에 존재하는 사람으로서 숨을 쉰다. 이렇게 모조품 세상에 또 하나의 생명이 말을 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살아간다. 목표를 향해,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이루기 위해 소리치고, 발을 구르며, 다양한 방법으로 존재한다.

바쁜 일상 속에 목표를 향해 달리던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동안 멈춰서,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있는 모조품 세상 속의 사람들을 관찰한다. 실제의 세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직업도, 상황도, 관계도, 시간도, ‘휴대전화’도 뒤로한 채(일상이 아쉬워서 가끔 전원버튼을 생략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가공된 모조품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거기서 그들(관객)에게 주어진 역할은 없다. 지켜보며, 함께 호흡할 뿐이다. 때론 함께 웃고, 울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무대 위 사람의 목표가 바뀌진 않는다.

지켜보며, 생각한다.

‘나도 저런가?, 도대체 왜 저럴까?......’

그러한 객석 앞에서 배우는 살아간다. 인물이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을 표현한다. 수많은 단위로 구성된 행동을 나열하며, 배우는 ‘연기 행위’를 실연한다. 한 동작, 한 대사마다 의미를 파악하고, 수십 번 곱씹어 숙지한 것들을 마치 처음인양 내뱉고 끄집어낸다. 무대 위에서의 손가락 위치, 발의 방향, 갸우뚱거림... 이 모든 것 하나도 ‘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없다. 배우는 연습을 통해 불필요한 ‘과정’을 덜어낸다, 인물의 목표와 상황에 합당한 ‘과정’을 선택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작품의 끝’만을 보고 달려갈 수는 없다, 배우에게 인물이 존재하기 위한 ‘수단’은 바로 이 ‘과정’일 뿐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삶은 탄생에서 시작되어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물론 그 사이에는 ‘꿈’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목표’가 존재하고, 그로 인해 몸부림치며 마무리인 ‘죽음’까지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시작과 끝만 본다면 이렇게 허무한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대 위 모조품 세상 속 인물들에게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수반되듯이, 인간의 삶에서도 “과정”이 수반된다. 따라서 인간은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관객을 위해, 충실하게 다져진 ‘과정’을 실연해야 하지 않을까?

‘연기 행위’는 모조품 세상에서 인물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지켜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정서의 순화(katharsis))’를 전달하는 것이라 정의내릴 수 있다. 이에 배우는 역할에서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과정’을 충실히 하라고 당부하고자 한다. 배우에게 있어 모조품 세상은 실제 ‘삶에서의 도피처’가 아니다, 그곳은 배우가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인물이 살아 움직이며, 그것을 보러 온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선사하는 ‘새로운 출발의 대기실(待機室)’이다.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역할을 만나야만 한다. 그로 인해 한 사람이 바뀔 것이고, 사회가, 세상이 바뀔 것이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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