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연기란 무엇인가? (5) - 임주현 교수

임주현(비회원)님 | 2013.10.07 09:36 | 조회 1642

2013. 6. 5.

연기란 무엇인가? (5)

(* 연속게재)

 

서울종합예술학교 방송영화예술학부

방송연예과 전임교수 임 주 현

 

 

우리의 삶이 한정되어 있듯 역할로서의 삶 즉, 무대 위에서의 삶 역시 지속될 수 없다. 연기 행위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혹은 일어날 만한 일들 중,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을 배치, 정리하여 나열함으로써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그 순간 만큼은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최선의 것이라 믿으며, 진심을 다해 대해야만 한다. 객석의 숨소리가 고요해지고, 극장 내의 모든 사람들은 배우인 “나”를 보고 있다. 어떻게 움직일지, 무슨 말을 할지, 그들은 궁금해한다. 심지어 하도 많이 봐서 대사를 외우고 있는 작품일지라도, 나의 손동작 하나하나에 모든 시선이 움직인다. 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며, 관객들은 무언가를 기대하며 사건이 터지기를 기대한다. 그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하기 싫어도, 정지나 반복은 없다. 시작했으니, 무조건 가야하고,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 마음 속에는 오로지 이 행위에 대한 열망과 역할로서의 심장박동만이 존재할 뿐이다.

예술은 일상의 모조품이라 생각한다. 연기는 관객들의 일상을 모방하여 보여주는 행위이고, 그 안의 배우는 가공된 종이집을 대리석 궁전이라 믿으며 사는 사람들이다. 관객들은 그 모조품 안에 살고 있는 어릿광대를 보며 배꼽을 잡으며 웃고, 울고, 안타까워한다. 정작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로......

연기를 한다는 것... 단순히 탈을 뒤집어쓰는 행위는 아님이 분명하다. 가공된 종이집 안에 사는 사람이 확실하다고 여겨지도록 자신을 맞추어 가는 것이다. 그 종이벽이 대리석 벽일 때와 흙벽일 때, 아예 벽이라는 울타리도 아닌 광야나 바다라 약속될 때, 배우는 작가와 인물이 원하고 느끼는 대로 다양하게 그것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 지점에 도달하고, 표현해야만 한다. 필자는 바로 이 지점이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말도 안되는 상황과 인물이 주어졌을 경우, 어떤 식으로든 “정당성”을 찾아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태도... 이것이 배우가 연기를 보다 자연스럽게 하기 위한 첫 걸음이 아닐까?

언뜻 보면 배우는 무척 수동적이다. 연출이나 감독,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의 종이집에서 그들은 살아남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 가공의 삶 안에서 배우는 더 이상 작가나 감독이 조종하는 수동적인 인형이 아니다. 이들은 물론 남의 인생을 산다, 하지만 움직이고 있는 그 인물은 더 이상 남이 아닌 자신이다. 다만, “자기가 알고 있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각과 잣대로 “만들어진 자신”인 것이다. 그 “만들어진 자신”을 자기 자신이라 굳게 믿고, 종이집 안에서 생활하는 배우들... 이들이 일상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때가 바로 이 종이집을 나서는 순간이다. “만들어진 자신(역할)”에서 “자기가 알고 있던 자신(사회적 인간)”이라는 존재로 변화하는 이 순간... 그들은 잠깐이지만 탈의 과정을 거치고, 직업이 아닌, 본연적으로 타고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그 순간을 견뎌야만 한다. 우리의 진짜 삶은 모조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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