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연기란 무엇인가? - 임주현 교수-

임주현님 | 2013.03.26 10:19 | 조회 3247


연기란 무엇인가? (1)

(* 연속게재)



서울종합예술학교 방송영화예술학부

방송연예연기과 전임교수    임  주  현



왜 연기를 하는 것일까? 새삼스럽게 되묻지만 항상 답변은 미지근하다. 혹자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방법이라 말하기도 하고, 혹자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라고도 한다, 이상한 사명감으로 말이다. 그리고 혹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하라고 한다.

나의 경우를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학원에 첫 발을 들였을 때는 무작정 나를 드러내고 싶었고, 박수를 받고 싶어서였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이 신기했고, 그냥 좋았다. 입시 전에는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고, 입시 중에는 선생님의 강요로 연기를 하는 이유가 감히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대학진학과 계속되는 작업과 공부... 돌이켜보면 치열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어릴 적의 나의 모습과 꼭 닮은 친구들을 지도하고 있는 현재... 아직까지도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 일단 “연기”라는 “행위”는 무엇일까?

그 기원은 시대를 쭉 돌이켜보았을 때, 원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우리가 세계사책 앞장에서 볼 수 있는 그림처럼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서 동물의 발자취를 따라 이동하던 시대였다. 문자도, 언어도 발달하지 않았고, 인간의 최소 기본 충족 요건인 의식주 조차 확립되지 않았었다. 아직 정착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거시적 안목으로 무언가를 장기계획하여 꾸리고 발전시키기 보다는 그냥 뭐 발길 닿는대로 살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요즘처럼 힐링 등을 위한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하루를 살기 위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감히 추론해본다. 여하튼 이들은 살기 위해 먹을 것이 필요했다. 열매를 먹거나 동물을 사냥해서 먹고 살았던 그런 원시시대를 상상해보자. 동굴을 옮겨다니며 살아가는 부족들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먹잇감을 노리며 달려드는 야수 등으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느끼며, 항상 긴장감을 놓지 못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구성원 중 한명이 사슴 시체를 메고 동굴로 들어온다. 어땠을까?   

굶주렸던 구성원들은 양팔을 들고 반겼을테고, 어디서 어쩌다가 이런 행운이 찾아오게 되었는지 궁금해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만찬과 함께 배고픔을 잊고, 사냥과정에 대한 무용담을 즐기며,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발전해왔고, 손가락 하나로 커다란 기계를 움직이는 21세기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 때의 그 무용담! 물론 실제와는 달리 과장되거나 축소되어 나타났을 수도 있지만, 바로 그것이 오늘 날의 연극학자들이 주장하는 “연기 행위”의 기원이다. 규정된 (혹은 원래는 매우 체계적이었으나 소멸되었는지도 모르는) 언어나 문자가 없었던 당시 그 무용담은 구성원들에게 다음 삶에 대한 희망을 주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연기행위”는 분명 보는 이에게 무언가 신나는 이야기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보는 이의 갈망(기쁨이든 슬픔이든, 궁금한 것에 대한 해답)을 만족시키는 행위라 볼 수 있다.  (이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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