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연기란 무엇인가? - 임주현 교수

임주현(비회원)님 | 2013.05.09 20:29 | 조회 2275
 

연기란 무엇인가? (2)

(* 연속게재)



서울종합예술학교 방송영화예술학부

방송연예과 전임교수    임  주  현


이후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문자와 언어가 정해지고, 농경사회와 함께 정착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인간은 풍년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늘과 땅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영적 대상들에게 제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그리고 이후의 미래 삶을 위한 인간들의 바램은 다함께 나누는 음식과 가무가 어우러진 즐거운 축제가 되고, 그 안에 이야기를 넣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배우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신에게 고하는 사람의 입장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풍요와 다산의 신이라는 “디오니소스(Dionysos: 로마시대 ‘바카스 Bacchus’와 동일)”를 위한 기념축제에서 연극경연대회를 실시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작가들에 의해 잘 정리된 대사로 군중들에게 다양한 감동을 선사하였다. 이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는 <시학(詩學)>을 통해 비극(悲劇)의 정의를 설명하던 중 정서의 순화 즉, “카타르시스(katharsis)”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인간은 의식주(衣食住)를 해결하기 위해 살아왔다. 절기에 따라 변하는 계절과 인간의 생리적 현상에 대해 적합하게 살기 위해, 옷을 입고, 비를 피하며,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공동체 사회와 소통에 있어 생겨나는 갈등이나 상처들은 이러한 필수적인 충족들로 채워지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 줄 무엇인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마음 속에 응어리진 무엇인가를 해소해주고, 위로해주는, 그래서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 중 ‘연극’은 사람사는 세상을 축소 또는 확대, 과장해서 관객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동참하게 함으로써 현실을 잠깐 떠나 함께 웃고, 함께 울도록, 그래서 그들의 마음에 위안을 얻고, 새롭게 용기를 가지고 다시 현실에 뛰어들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관객들은 연극, 즉 이야기에 동참하여 귀를 기울이는 동안,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주인공과 비교 또는 대조 하면서, 안도하거나 마음 아파하거나, 웃거나, 위로받는다. 이를 ‘정서의 순화’ , 즉 ‘카타르시스’라는 용어로 정의한 것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바로 이 행위를 돕는 자라 생각된다. 관객들의 아픔과 기쁨을 위해, 자신의 삶은 잠시 접어둔 채, 그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나누는 사람이다. 물론 그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접하는 것이 배우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철저히 관객 즉 타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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