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음악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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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팝·록… “내 꿈은 뮤지션” 실용음악과 인기

본스타(비회원)님 | 2008.07.09 17:48 | 조회 1317

올 서울예대 보컬전공 경쟁률 170 대 1… 치열한 경쟁에 학원도 급증
전문대 이어 종합대도 속속 가세, 49개대 관련학과 개설

최근 2008학년도 정시 전형에서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 중 남자부문의 경쟁률은 170.6 대 1, 여자부문은 118.4 대 1을 기록했다. 각각 5명 정원에 853명, 592명이 몰린 것이다. 실기시험 응시료가 7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능력만 믿고 ‘그냥 한번 지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서울예대뿐만이 아니다. 2007년 정시 전형의 총경쟁률 순위에서 호원대학교 보컬전공이 45.6 대 1로 6위, 동덕여자대학교 보컬전공이 45.1 대 1로 7위를 차지했다. 이는 요즘 학생들이 대중음악에 관심이 많음을 넘어 직접 뮤지션을 지망하는 수가 많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 호원대 실용음악과 한상원 교수(오른쪽)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앙상블 수업. /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1970년대 (1세대)
미 유학파들이 솔·R&B 등 다양한 장르 국내 소개
전문 뮤지션으로 인정 받으며 네트워크 구축
1970~1980년대에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드물었다. 이때 전문 뮤지션의 꿈을 키우다가 미국 유명 음악대학에서 공부한 한상원·김광민·정원영씨 등이 한국으로 돌아와 인정 받으면서 대중음악에 대한 인식은 변환기를 맞았다.

이들은 국내에 솔, R&B, 전자음악,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대중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음악을 좋아해도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등을 통해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꿈을 짧게나마 실현하며 대학 시절의 추억으로 남길 뿐이었으나, 이제는 대중음악을 함으로써 ‘대중음악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말해준 것이다.

그 이후 대중음악을 배울 수 있는 실용음악과에 대한 인기가 치솟았고 선배들이 구축해놓은 네트워크는 이 분야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정혜선(18)양은 지원 이유에 대해 “음악 하면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실용음악과를 가면 교수나 선배들과 같은 든든한 인맥이 생겨 졸업 후에 가장 큰 지원군이 된다고 들었다” 라며 “싫어하는 공부 대신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할 수 있을 것 같아 학교생활이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본인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실용음악과의 인기에 한몫 했다.

실용음악과는 말 그대로 실용적인 음악을 배우는 곳이다. 재즈, 팝, 록 그리고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창조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을 배출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기술뿐 아니라 음악에 예술혼까지 담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세부 전공으로는 보컬·작곡·드럼·건반·기타·베이스 등이 있다.

1980~1990년대 (2세대)
1988년 서울예대에 첫 실용음악과 개설
‘딴따라’ 편견은 여전… 열정 하나로 뭉쳐

국내에 실용음악과가 생긴 지는 20년 정도 됐다. 1988년 서울예술대학(당시 서울예전)에 유덕형 학장의 지휘 아래 처음 생겼다. 실용음악과 개설 초기 멤버인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 정성조 교수는 “1980년대는 대중음악을 하기에는 환경이 너무 열악한 시절이었다. 그때 온 학생들은 ‘딴따라’라고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뭉친 젊은이들이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인데 어떻게든 알고 찾아왔다”며 처음 학생을 모집하던 때를 설명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분야였던 만큼 새로운 커리큘럼뿐 아니라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대중음악과, 상업음악과, 응용음악과 등의 이름을 붙여봤지만 결국에는 실용음악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됐다.

이후 여러 대학에 실용음악과가 개설됐고 전문대학에 이어 종합대학에도 생겼다. 교양과목을 통한 인성교육뿐 아니라 보다 긴 시간 동안 여러 교수 밑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50개에 가까운 학교에 실용음악과 관련된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어떤 학교는 생활음악과, 디지털음악과, 포스트모던음악과, 영상음악과 등 다른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백석대나 호서대, 신흥대와 같은 기독교 계열의 학교에는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을 가르치는 교회 실용음악과도 있다. 서울예대를 비롯해 동아방송대, 동덕여대, 경희대 등이 전통적으로 유명하고 비교적 최근에 생긴 호원대, 한양여대 등도 훌륭한 교수진과 학부생의 활약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0년대 (3세대)
입시 지망생 수만 명… 학원마다 장사진
대학들은 스타 강사 모시기 경쟁 나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교수진은 버클리 음대와 같이 외국에서 유학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유학시절 사용했던 교재를 다시 읽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재도 만들었다. 요새는 수요도 늘었고 실력 있는 국내파 뮤지션들이 많아지면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학교의 얼굴이 되어 줄 수 있는 스타급 강사를 모시기 위해 각 학교는 아직도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결국에는 교수진이 누구냐에 따라 신입생이 몰리기 때문이다.

신입생을 뽑는 기준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학교는 처음부터 실력이 갖춰진 학생을 뽑지만 반대로 실력은 조금 부족해도 잠재력이 보이는 학생을 선택하는 학교도 있다.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 한상원 교수는 “우리는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실력이 보이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단에 오래 서있다 보면 잠재력이 어느 정도 보인다”고 밝혔다. 입시 때 선호하는 곡도 퓨전이나 펑크부터 정통 재즈까지 각자 성향이 다르다. 입시 때 자작곡을 가져와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학교마다 가르치는 내용과 방식이 다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2007년 대학가요제 우승곡인 ‘Y’를 작곡한 한양여대 졸업생 김지원(24)씨는 원래 2004학년도에 4년제 학교의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전공 심화는 3학년부터 배우고 그전에는 교양 수업 등으로 1년 이상을 보내야 한다는 점이 답답해 과감하게 전문대에 다시 입학했다. 그는 “빨리 음악을 배우고 작곡을 하고 싶었다. 욕심이 많고 성격이 급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옮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기획사 연습생으로 있으면서 작곡을 하고 있다.

실용음악과에 가기 위해서는 개인레슨을 받거나 실용음악학원에서 입시 준비를 한다. 학원에서는 실용음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화성과 악기를 가르친다. 음악의 기본인 피아노도 배우게 된다. 실용음악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많아진 만큼 실용음악학원 수도 최근 몇 년 동안 급증했다.

서울시 교육청에 등록되어 있는 실용음악학원은 30여개지만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탈세를 목적으로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은 학원까지 포함하면 서울 지역에만 100군데가 훨씬 넘고 수강생은 만 명 단위일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에서 학원가는 홍대앞, 신촌, 그리고 대학로에 형성되어 있다. 서울뿐 아니라 실용음악학원은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는데 해당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은 곳이 많아 정확한 통계는 알기가 어렵다. 한 강사는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실용음악과 또는 뮤지션이나 가수를 목적으로 하는지는 도저히 추정이 불가능하지만 각 대학에 지원하는 인원을 고려하면 아마 전국적으로 3만명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강의는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나 졸업생, 현역 뮤지션 또는 대학 강사가 진행하는데, 좋은 강사진은 학생들이 학원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얼마 전 천안에 사는 박장현(21)씨는 서울로 올라와 홍대앞의 한 학원에 등록했다. 원래는 인문계 대학을 다니다가 음악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지방에서만 공부하려니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의 추천으로 이 학원에 등록하게 됐다. 새로 생긴 학원이지만 시설도 좋고 강사진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한 학원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이 좋은 학교에 합격했는지도 지망생뿐 아니라 학부모를 사로잡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어떤 학원은 강의도 거의 하지 않는 유명 가수의 얼굴을 학원의 간판처럼 내세워 홍보수단으로만 삼는 등 대중의 관심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졸업 후 진로
싱어송라이터·영화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진출
거미·박효신 등 가요계 맹활약… 후배 양성에도 나서

고등학교에도 실용음악과가 생겼다. 김천예술고등학교에서 실용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김현섭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생각이 많이 앞서나간다”면서 “그저 어린 마음에 음악이 좋아서 온다기보다는 좋아하는 음악으로 돈벌이를 하려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온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실용음악과에 진학하지만 유학을 가기도 한다.

실용음악과 졸업생은 싱어송라이터가 되거나 영화음악이나 광고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좀 더 깊이 있는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이나 네덜란드, 영국 등으로 유학을 가기도 한다. 유학을 가면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볼 수도 있고 유명한 선생님에게 배울 수 있다.

실용음악과 출신 뮤지션으로는 서울예대를 졸업한 가수 김범수·임정희 등과 영화 음악을 하고 있는 이동준, 동아방송대 출신의 이정, ‘빅마마’의 이영현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거미(동덕여대), V.O.S(우송정보대학), 박효신(경희대), 서인영(대불대) 등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용음악과 출신 뮤지션이다.

그러나 법대를 간다고 반드시 사법고시를 패스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실용음악과를 간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뮤지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가 되는 사람을 정말 소수인데 정확한 정보 없이 자신감만으로 허황된 꿈을 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노래는 누구나 특별한 기술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무척 높다.

최근 브라운아이드 소울과 함께 보컬 전문학원을 연 가수 ‘버블시스터즈’의 서승희씨는 “온 국민이 음악을 즐기고 이해하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가수라는 이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 줄 모르는 다수의 학생들에게 노래  기술뿐 아니라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시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용음악 시장이 현재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이라는 걱정도 많다.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좋지만 이런 추세라면 실용음악과 출신이 아닌 뮤지션이 없을 것이다.

몇 년 안에 비슷한 실력을 갖춘 졸업생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중음악 시장이 졸업생들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었지만 이후 세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티움 엔터테인먼트 강풍 대표는 “매년 기초 실력을 갖춘 실용음악과 출신 학생들이 기획사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신선함은 오히려 찾기 힘들어졌다”면서 “점점 치열해지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본인의 개성과 장점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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